제가 8살 되던 1970년 성탄절이브날
그 당시엔 정말로 산타할아버지가 있는줄 알고
잘때 머리맡에 어머니가 깨끗이 빨아주셨던 양말을 놓았던 기억이나네요..
성탄절 이브의 밤에 잠잘때
문득 제 양말이 너무 작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적게 주고 갈까봐서
어머니가 빨려고 내놓으셨던 흙묻은 버선이 생각나
조용히 일어나 우물가에 내 놓은 얼어 붙은 어머니의 버선을 화로불로 녹여 내 머리맡에 놓았죠..
어머니의 버선은 내 양말보다 무지 컸으니까요
아마 산타할아버지가 더 많은 선물을 주시고 갈꺼라 생각했던거죠...
잠도 안오고
눈만 껌벅이기를 얼마나 했었는지..
한참 후에 이불이 확 제쳐지더니 어디선가 낯익은 잔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고..못 살아아 정말....
이 젖은 버선을 벼개 위에 놓으면 어떻게 해...
일어나봣...!!! "
그 버선은 어머니가 마을에 가셔서 일하시다가 흙이 잔뜩 묻어
우물가에 있는 세숫대야 물에 담궈 놓았던 것을 내가 방으로 가져 들여 놓았던 겁니다.
아직 젖어 있던 어머니의 버선에서는 물이 질질흘러 나왔고 냄새가 났었습니다.
버선에서 흘러 나온 물기는 이내 벼개를 적셨고
난 그것도 모른채 잠이 들었답니다.
어머니는 걸레로 방바닥을 닦으시고는 젖은 벼개와 버선을 밖 마루에 내 놓으시더니
저를 심하게 야단치셨습니다.
나는 그때 전의를 상실했고
착한 어린이에게만 크리스마스선물을 준다는데..
이젠 못 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찔금나왔습니다.
이내 어머니는 나보고 "어서 누우라"며 야단치시고는
불을 끄고 잠이 드셨습니다.
어떻하나....???
산타할아버지는 오늘 우리집에 안오시겠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는 그냥 잠이 들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
아무일 없다는 듯이 평상시와 같이 일어나다가
내 머리맡에 뭔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얀 창호지가 묵직하게 포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열어보았습니다.
하얀 창호지에는 벙어리장갑이 포장되어 있었죠.
내가 제일로 가지고 싶었던 것인데..
난 산타할아버지가 놓고 가신건줄 알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내 나이 50의 현시점에서 그때를 생각해봅니다.
늘 어머니보고 벙어리장갑 하나 사달라고 조른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답니다.
돈이 궁했던 시절
어머니는 동네 막노동을 하시면서 어렵게 살았던 그 시절..
틈틈이 시간을 내어 내 벙어리장갑을 뜨개질 하셨던 겁니다...
그때 어머니는 성탄절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 이 아들이 생각났던 겁니다.
어머니는 나 먹으라고
맛있게 끓인 따뜻한 된장국에 하얀 쌀밥을 정성껏 상차려 놓으시고
성탄절 아침 그날도
어머니는 동네일을 나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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