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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께...!!

짐케리(이석일) 2013. 2. 11. 19:19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께...!!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이는 아무 말없이 앞 못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아저씨는 그때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 저어 ... 아저씨!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야."

그렇지 않아도 주눅든 아이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낯빛이 금방 시무룩해졌다.
" 아저씨 빨리 먹고 갈께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 알았다.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한다."
잠시 후 주인 아저씨는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 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

"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 근데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 줄게."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인아저씨는 조금 전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한
뉘우침으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